리더의 속살
추악함, 사악함, 기괴함에 관한 글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저자(글) · 강준호 번역
독성적 리더십이라 불리는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실패하는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스트 정치가, 종신 지도자들에 의해 국가에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그릇된 리더십으로 초래되는 위험은 한 국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초기 대응 실패와 극단의 봉쇄조치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경제의 마비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양국 간의 전쟁은 코로나 재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많은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종신 왕조, 북한은 어떤가.리더십 연구와 개발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맨프레드 교수가 이번에는 국가를 이끄는 정치인을 그 대상으로 하여 리더십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쳤다. 추악하고 사악하고 기괴한 속성을 지닌 포퓰리스트 선동가들이 그의 표적이 된다. 저자는 풍자와 은유, 아이러니를 동화 형태로 녹여 내서 이들의 속살이 무엇인지를 흥미롭게 탐구해나간다. 저자가 밝히듯 동화의 목적은 독자에게 깨달음을 불러일으키고 기억할 교훈을 제시하는 데 있다. 동화는 보통 행복한 결말을 보지만 이 책에 나온 동화는 괴물들로 인해 빚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들려준다.돈과 권력에 대한 무한한 욕망, 증오, 완고함, 책임 전가, 불인정, 불신, 차별, 분열, 파괴, 무리 짓기 등 그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이른바 독성적 리더십이라 불리는 ‘괴물’의 특징을 망라하고 있다.Toxic Leadership(독성이 있는 리더십)은 리더가 보유한 특성이 주위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적정 수준의 나르시시즘을 보유한 리더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기죽지 않고 담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과도하게 높아 독성이 있는(toxic) 경우에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하며 보여주기식 행동을 일삼게 된다.
『리더의 속살』은 정치지도자의 사례를 통해 리더십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 몇십 년간 독재 정권과 종교 지도자를 가장한 유독한 리더들이 대중에게 거는 최면과 컬트적 행동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포퓰리즘, 편 가르기, 소셜 미디어 이용하기, 가짜 정보 만들기, 이기적 집단, 모방, 사회적 순응, 이상화와 거울 전이, 양심 없애기, 아첨꾼 효과, 의존성 이용하기 등을 통해 표면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도자 사례를 통해 독성이 있는 리더의 유형을 크게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독한 리더십의 이면을 정신분석가 및 임원 코치로서 많은 경험을 통해 무의식 영역까지 파고들어 그 기원을 설명한다.첫 번째 사례인 ‘나는 싸운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3장 공격성)에서는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를 정신분석가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이 집필된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의회 난입’ 사건을 벌여 이들의 선동 여부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여전히 다툼이 진행 중이다.두 번째 사례인 ‘나는 미워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4장 증오)에서는 브라질 전 지도자 보우소나루 사례를 제시하면서 ‘증오의 리더십’을 해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역시 대선결과에 불복하며 2023년 1월 브라질 연방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하는 등 책의 저자가 우려했던 사태를 계속 벌이는 중이다.세 번째 사례인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5장 완고함)에서는 영국의 전 여왕 엘리자베스 사례를 통해 앞선 내용과는 다른 측면에서 리더십의 어두운 면을 설명한다. 이 사례에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외부와의 양방향 소통을 거부하는 이유와 대처 방안을 알려준다.저자는 누구나 좋은 상황일 때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듯이 보일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판가름 나며, 리더십은 도덕적 행위이자 개인의 이익을 넘어선 권위의 행사라고 설명한다. 끝으로 저자는 무능하고 오만하고 무관심한 리더(당나귀)가 유능하고 용감하고 공감 어린 구성원(사자)을 이끌 때 어떠한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세상에 대한 무지와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깨어나라.
저자는 이 괴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실패하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또 그런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괴물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현실에 적용 가능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저자의 명성에 걸맞은 거시적, 미시적 통찰과 더불어 인간 심리에 대한 저자의 깊은 이해와 지성인으로서의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어른들을 위한 이 특별한 동화는 독성적 리더들을 ‘인식하고, 절대 이들처럼 되지 않고, 절대 이들을 만들지 않는 법’을 깨닫게 해준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 대한 무지와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깨어나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기업 조직의 경영자이든 정치가이든 현재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물론 장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새겨야 할 동화적 경구들로 가득한 책이다. 또 일반 대중도 그러한 독성적 리더를 용인하거나 ‘기둥 위의 거북이’를 만들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