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마음: 리더십, 인생, 변화에 관한 명상록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저자(글) · 강준호 번역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 내면에서 경험하는 것을 반영한다.
안개가 자욱하고 황량한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장화 차림에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며 등을 보이는 모습이 고독해 보인다. 이 남자는 누구인가? 18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대표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이 책 표지 이미지)라는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이다. “화가는 눈앞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까지 그려야 한다.”는 프리드리히의 말처럼 그림 속 남자의 내면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는 안개처럼 모호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방랑의 여정을 걷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 책 『경영자의 마음』은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경영자와 경영자를 상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리더십과 삶에 대한 명상록이다. 우리 각자의 내면 극장, 인생 각본과 그것이 형성된 기원을 이해하고, 자동화된 생각, 감정, 행동 패턴이 삶과 조직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 패턴이 촉발되는 트리거를 알아차리고, 삶의 의미 찾기를 하고, 새로운 스토리 쓰기를 통해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소개한다.
외로움, 무의미함, 오만, 탐욕 등 리더가 빠질 수 있는 수많은 함정을 인식하고 리더십 탈선을 방지하기 위한 저자의 관찰, 성찰, 통찰이 담겨 있다. 또 노화와 죽음이라는 실존적 불안 앞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갈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로 제기한다. 왜냐하면, 이 근본적 삶의 과제가 직장이든 개인 삶이든 의미와 목적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충만한 삶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조화, 다시 말하면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가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성취될 수 있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에 출간된 『리더의 속살』과 『리더의 일상적 위협』에서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저자는 『경영자의 마음』에서 다루는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속삭이듯(위스퍼러whisperer) 말한다. 강하고 단호하게 주장하지 않는데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힘이 있다. 다양한 사례와 함께 타당한 근거와 이론이 쉽게 와닿는다. 설득하는 힘이 은근하면서도 강력하다. 저자의 넛징nudging 기술이 참으로 대단하다. 이는 저자의 학문적 배경뿐만 아니라 실제 리더십 개발을 위한 연구와 임상 분석, 코칭 등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내공’의 힘이다.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전문적으로 돕기 이전에 먼저 나 자신을 진정으로 돌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이것이 맨프레드 교수가 우리에게 위스퍼링하고 넛징하는 또 다른 효과가 아닌가 한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 탐구, 자기 성찰, 자기 발견의 여정을 걸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충만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성찰이 담겨 있다. 그리고 퇴행적, 편집증적 측면이 많았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자기 탐색이라는 주제가 더욱 시급해졌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자신을 다스리는 자가 가장 강한 자이다.”자기 자신의 신비에 대하여 잘 아는 것, 즉 진정한 자기와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기분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면 세계로 깊이 들어가 자신의 지혜와 힘에 기꺼이 의지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허락할 때 가능하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다.이 책은 조력 전문가 또는 리더로서 위스퍼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고, 리더가 직면하는 도전에 대해 여러 가지 관찰을 제시했다. 또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게 안내한다. 경영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읽고 숙고해보아야 할 책이다.